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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 한국병원에서 생긴 일
알로카 조회수:749
2014-05-12 22:55:33

                                              2020년 어느 날, 건강들 하십니까 

                                                              우석균 |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건강과대안 부대표·의사#뼈가 부러져 ‘한국병원’에 입원한 김씨는 아픈 다리를 끌고 원무과에 내려갔다. 의료비 청구서에 0 하나가 잘못 찍혀 있었던 것이다. 자기공명영상(MRI) 검사가 200만원, 2인실 병실료가 하루에 50만원이라니…. 착오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원무과는 계산이 맞다고 했다. 요즘 웬만한 검사기계는 다 리스로 들여오고 병원건물도 임대한 것이라서 병원에서도 어쩔 수 없단다. 6인실 병실은 여전히 빈자리가 없다고 했다. “혹시 괜찮은 민영의료보험 한두 개 안 들어놓으셨어요”라는 소리만 듣고 돌아섰다. 지하철 한 정거장 값을 아껴보겠다고 빙판길을 걸어간 게 잘못이었다.

 

입원실에 돌아와 옆에 입원한 환자에게 하소연하니 이미 수술 경험이 있는 이씨 말로는 그건 시작일 뿐이란다. 김씨는 아침에 의사가 수술에 대해 설명했을 때를 떠올리면서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새로 나온 인공관절을 쓴다고 했는데….’

 

김씨의 불안은 적중했다. 생각했던 수술비도 0 하나가 더 나왔다. 차마 의사에게 물어볼 자신은 없고 다시 원무과에 내려가자 자기 병원 자회사에서 개발한 ‘특수인공관절’이어서 그렇단다. 되레 나보고 좋은 관절로 해달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그런다. 그리고 병원 자회사 설립이 허용되면서 요즘은 병원마다 다 특수인공관절을 쓴다고 했다. 건강보험은 적용이 안되지만 자회사가 병원에 의료기기를 대기 때문이란다.

 

수술 후 재활물리치료를 받아야 하는 김씨에게 권고된 곳은 병원 1층에 있는 헬스클럽이었다. 헬스클럽이 말로만 듣던 호텔 헬스클럽처럼 화려했다. 의사 말로는 헬스클럽에서 물리치료를 받은 후 옆 온천장에서 물마사지(수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가격이 하루 입원비의 절반인 30만원가량 들었다. 너무 비쌌지만 치료에 포함된 것이라며 병원에서 하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헬스클럽과 온천욕을 할 수밖에 없다.

 

골절 수술을 하고 퇴원한 김씨가 집에 도착하니 의료비 청구서가 날라왔다. 이미 지불한 입원비용 말고도 마지막에 쓴 비용이란다. 관절보호용구 500만원, 특수신발 200만원, 특수목발 100만원, 특수물리치료 및 수치료 예약비 300만원…. 김씨는 이제 고민하기 시작한다. 수술 후 치료를 위해 계속 병원 외래치료를 받아야만 할까, 아니면 그냥 뼈가 저절로 굳도록 기다리고 집에서 나 혼자 소독하고 드레싱하면서 버틸까, 에이 다리 한쪽 조금 절룩거리는 게 뭐 큰 불편이겠나, 치료비 때문에 온갖 생각이 다 든다. 그래, 약국에서 소독약과 거즈를 사서 집에서 소독하고 운동하며 재활을 하는 거다! 서민들이 한다는 일명 자가치료법! 인터넷에 오만 가지 노하우가 떠 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살랬다고, 김씨는 약국으로 간다.

허걱. 그런데 약국도 옛날 같지가 않다. 가격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 약국도 내가 퇴원한 그 계열 병원그룹의 대기업 체인약국이다. 그래도 약국에 있는 온갖 드레싱 패키지나 자가물리치료 키트는 병원보다는 싸다.

 

드레싱을 하는 실력도 많이 늘었다. 이젠 외상치료 카페에서 드레싱 용품과 방법에 대해 사람들을 가르쳐줄 정도가 되었다. 집에서 혼자 드레싱을 하다가 문득 2013년 겨울인가 대학생들의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물음이 떠오른다. 그때 나는 안녕한 줄 알았다. 그런데 이제 나는 안녕하지도 못하고 건강하지도 못하다. 이제 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아직까지 건강들 하십니까”라고.

         

#암 진단을 받은 박씨는 요즘 고민에 빠졌다. 새로 개발된 바이오 암 치료제인지 줄기세포인지를 같이 쓰면 치료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담당의사가 말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적용은 안되지만 효과가 좋을 거란다. 다른 치료방법으로는 안되겠느냐는 질문에 병원 방침상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막 대학생이 된 둘째 아이, 고등학생 막내 딸의 교육비도 그렇고, 전셋값 정도 하는 돈을 대면서 암 치료를 해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박씨는 암 환자들의 필수코스가 된 암 동호회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 다른 치료방법이나 좀 더 싼 병원을 검색해본다. 암마다 카페도 다 달라 수천 개나 되니, 잘 찾는 것도 큰일이다. 그런데 수천 개의 조회수가 달린 글이 하나 있어 클릭해본다. ○○국립대병원은 아직 건강보험 적용 치료만 한다는 글이다. 그런데 새로 달린 댓글에 얼마 전 그 국립대병원마저도 건강보험 환자만으로는 어렵다며 바이오치료 병행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이런 게 의료민영화라고 불리던 ‘뱀파이어 효과’구나 싶다. 병원이 다 돈벌이에 혈안이 된 것 말이다. 박씨는 다른 카페를 찾아보기로 한다.

 

박씨는 겨우 지방에 있는 국립대병원에 입원했다. 여기가 나름 아직은 싼 곳이란다. 그런데 아침에 의사가 찾아오더니 암에 좋다고 건강식품을 복용하라고 한다. 젊은 의사가 건강식품 카탈로그를 꺼내면서 조금 얼굴이 붉어지는 듯하다. 의사들도 건강식품 세일즈를 하게 되니 부끄럽긴 한 모양이다. 카페 글에서 본, 이 병원에 입원하면 암 치료비는 조금 싸지만 건강식품 ‘공격’이 있다는 이야기가 사실이었다. 카페 지침에는 얼굴에 철판을 깔고 버티라고 나왔지만 내 담당의사가 건강식품을 이야기한 지가 벌써 일주일째다. 항암제에 정신도 없고 이 병원에 계속 다니자면 어쩔 수가 없을 것 같다. 결국 건강식품을 사기로 한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 건강식품은 1년 이상 먹어야 효과가 있다며 12개월치를 할부로 구매해 480만원이 들었다.

 

#최씨가 이러려고 의사가 된 것은 아니었다. 이건 세일즈맨이지 의사가 아니다. 오늘도 환자에게 건강식품 카탈로그를 내밀 때는 부끄러워 죽는 줄 알았다. 매달 진료비 목표액 할당제와 검사비 목표액 할당제는 이제는 어쩔 수 없다 했지만 건강식품 판매 목표치 달성은 정말 못할 짓이다.

 

선배에게 전화를 하니 참으란다. 동기들이 취직한 피부과나 부인과는 병원 자회사가 화장품업이라 화장품 판매 실적을 올리느라 생고생인데 화장품보다는 건강식품이 낫지 않냐고 한다. 일리도 있는 말 같다. 오늘 아침 회의 때도 몇 개 과에서 난리가 났다고 한다. 건강식품도 할당제 때문에 젊은 과장 몇이 들고일어났나 본데 결국 거부하겠다고 한 과장 한 명은 인사발령이 났다고 한다. 잘리지 않으려면 어쩔 수가 없을 거다. 이제 어느 병원에 취직해도 그 자회사 때문에 의사가 의사가 아니라 세일즈맨이 됐다. 박근혜 정부가 의료민영화는 아니라며 병원그룹에 건강식품과 화장품 회사를 갖도록 허용해주어서 생긴 일이다. 그래도 한 달에 몇 백만원씩 하는 건강식품을 팔아야 하는 건 어떤 다른 것보다 적응이 안된다. 나도 안 먹는 식품들이고 위험도 최종 검증된 것이 아닐 수 있는데 걱정이 태산이다.

 

                                                     *이 글은 경향신문( 2013. 12.19) 빗장풀린 공공부문 민영화에서 일부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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